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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여자

「경계를 넘는 공연예술」의 이해와 감상_남상식외, 태학사 2017

by 꽃쉰 2020. 9. 21.

 

Pixabay 로부터 입수된 bigter choi 님의 이미지 입니다.

 

20세기 이후 다양한 현대연극 운동이 발전하면서 여러 갈래로 다양하게 전개된 연대 연극의 흐름을 살펴보고 고찰해 보고자 한다.

인간의 감정이나 생각을 표현하는 가장 보편적인 수단인 언어로 만들어낸 전통적인 연극을 사실주의라 한다면, 전후의 현대 연극은 다양한 뉴미디어의 등장과 함께 배우와 관객의 생생한 만남을 강조하기도 하고, 뉴 미디어와 적극적으로 융합하는 무대를 창출하기도 한다. 또한 문자언어와 논리적 구조를 해체하면서도 오히려 더 강한 현실을 담아내는 새로운 방식을 채택, 개발하기도 한다. 사진을 찍듯 단순히 같은 모습의 상황을 무대에 언어로 재현하는 것이 아닌 균열과 균열된 속을 꺼내어 보여주고 들려주면서 광의의 영향력을 펼쳐내기도 한다.

 

보고자 하는 것을 보기 위해서는 나를 옮겨야 한다. 보이는 것과 보는 것은 다르다. 주어지는 상황이 아닌 주체적인 상황을 만들어가야 가능한 일이다. 2007년 로즈의 <Queen of the Fluids>를 통해 미디어의 융합과정에서 발생하는 영향과 새로운 보기를 시도하고 그 특징을 살펴보기로 한다.

youtu.be/eySdeLwfAO0

 

 

 

  1. 현대 연극의 다양성과 실험성

20세기에 들어 현대연극은 전통적인 가치관의 붕괴와, 인간사회의 부조리함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전후 사회의 현상과 더불어 인간의 행위에서도 부조리함을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향 아래 관객석과 무대의 차이를 거부하고 적극적으로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여 고정적인 형식을 거부하는 게릴라 극장 등 수많은 실험적 연극이 쏟아지고 있다. 그리고 내용면에서도 상징주의와 반사실 주의, 초현실주의, 서사극, 부조리극 등 현대를 사는 우리의 전통적 가치관이나 질서, 논리는 상황에 전도되기도 하고 혼돈되고 복잡하며 분화·해체되고 융합되어 여러 가지 형태를 반영하면서 만들어지고 있다.

 

2. 로즈의 <Queen of the Fluids> 내용과 형식

 

1) 미디어 시대 공연과 시각적 이미지

우리는 이미지를 통해 전체로서의 세계를 상상하거나 이해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현대연극의 시작은 시각적 이미지의 표현과 공간 연출의 실험으로부터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서 예술적 이미지는 형태적, 의미론적 정체성과 동일성을 거부하고 우리의 지각과 사유 소통방식에 여러 가지 변화를 일으킨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공연예술의 변화 역시 불가피하다. 관객으로 하여금 미디어에 직접적 노출을 유도함으로써 미디어의 작용을 보여주고 그 사이를 드러냄으로써 보기를 유도하는 실험적 성격을 가진다. 그러한 과정 속에서 우리는 미디어의 속성에 무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이미지의 홍수 속에 사는 개개인이 관객으로서의 우리가 되어 회복해야 할 자존의 지각과 성찰을 일깨운다. 스스로 통제, 구성하는 주체적인 자아의 모습을 연출, 혹은 연습이 가능할 것이다.

우리는 이미지가 지배하는 문화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미첼(W. J. T. Mithchell)은 자신의 저서 이미지 이론에서 이미지로의 전환’. 세계에 대한 시각적 읽기를 요구하며 단순한 그림이나 이미지 자체의 영역을 넘어 가시적인 전체 그리고 비가시적인 세계까지 시각적 표현의 기능과 영향에 관해 다룬다. 이는 데카르트식 인식에 대한 비판을 시도하며, 결국은 이미지와 개인의 체현 과정은 어떠한가를 설명하고자 했다. 벨팅(Hans Belting)시선 있는 보기(Virilio 13)”에서 서로 다른 보기를 구별하는 시선을 강조하며 시선의 인류학으로 발전시킨다. 이러한 이미지의 이론들에서 낯설게 보기의 행위와 설득의 논리를 체득함으로써 인식과 지각에 관한 메를로 퐁티의 몸을 체현의 장으로 이해하는 것으로 나아갈 수 있으며 시선의 행위가 곧 이미지 생산 행위를 의미함을 알 수 있다.

 

 

2)‘시선의 공연

젓가락을 두드리는 듯 빠른 속도의 두드림이 무언가를 향해 달려야 할 듯한 긴장감을 불러온다. 소리는 먼 곳에서 이윽고 귓전으로 밀려오듯 또는 밀려가듯 울린다. 그것은 리듬이 있는 듯하면서도 울림이 더 강하며 마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밤바다에서 홀로 파도 소리를 들으며 청각으로 만져지는 듯한 덩어리를 보게 한다. 무대에서 슬픈 덩어리처럼 둔탁하고 무거운 형체의 황금색 형체(퍼포머)가 비틀대듯 서서히 몸을 움직이며 마치 나무가 살아나듯 고정되지 못하는 방향으로 일어난다. 괴이한 모습의 애니메이션처럼 손을 움직이고 몸을 돌릴 때 잉크방울이 떨어지듯 하는 영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소리는 떨어지는 잉크 방울이 주인인 듯도 하고 퍼포머의 내면의 울림 같기도 하며, 혹은 관객의 내면의 호흡을 끌어내는 두드림 같기도 하다. 영상은 계속해서 비춰지는데 방울은 거꾸로 떨어지면서 연기처럼 피어오르고 있다. 다음 장면에서 영상은 퍼포머의 얼굴 위로 검은 눈물이 흘러내리듯 한다. 자연이 흘리는 눈물인지도 모르겠다. 아마 나무를 연상한 탓이리라. 이어서 머리카락처럼 보이는 형상은 움직이지 않는 퍼포머의 몸 위로 쓰러지듯 또는 흘러내리듯이 혹은 감싸듯이 나부낀다. 그리고 나의 시선조차도 흘러내리거나 나부끼듯 하다. 마치 최면에 걸린 듯 모든 소리가 잠잠해지고 내면은 고요를 겪는다.

 

공연에서 소리, , 동작, 형체는 매우 느린 속도를 가졌다. 관객은 단지 보는 행위만을 할 뿐이다. 그리고 이 공연의 보기에서 받아들이는 것은 형체들의 변화들이다. 그럼에도 각각의 요소들이 만들어 내는 결합된 효과는 굉장히 강렬하다. 소리로부터 시작된 긴장감은 마지막까지 시선의 집중을 놓치지 않도록 한다. 개별적인 지각들이 효과적으로 결합되어 양립하는 이유로 이 공연은 복합매체성을 가진다. 각각의 소리로서의 지각과 강렬한 시각적 이미지가 결합하면서 변화되는 과정에서 관객은 새로운 이미지의 생산을 매 순간 발견한다. 그러므로 이 공연은 관객과 무대의 몸체가 교차하면서 만들어지는 또 하나의 몸체가 된다. 아무런 지시와 표현하려는 의도와 대상조차 부재된 부재의 미학의 공연이며 보기연습의 공연이다.

 

3) 시선의 미학

시선 역시 이미지 이론으로부터 나온 것이며 그것은 일방적 보기가 아닌 보는 사람과 보이는 것 사이의 관계를 형성하는 행위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시선은 지각의 중심 행위이며 보다 완전한 실현의 통로이다. 적극적 보기와 재매개가 일어나는 복합매체성과 상호매체성의 공연이 어떠한 과정을 가지며 체험하게 되는지 인식의 확대를 경험하게 하는지를 보여준다.

우리 시대에서 디지털 미디어의 특징은 모든 정보를 비트로 전환시켜 상호 호환, 변환 가능한 상태로 만든 것이다. 그리고 디지털화된 정보는 모든 미디어의 형식들을 통합하는 기능을 구현한다. 그리고 그것은 일방향 전달의 사회에서 양방향 전달이 가능하게 한다. 디지털이라 하면 무조건 기계의 선택을 인간이 누리는 것으로 오인되기도 하지만 디지털 문화는 오히려 보기의 주체적 실현이 가능하게 하며 시선의 작동을 탐색할 수 있게 한다. 또한 이러한 시도는 공연예술 전반에 많은 것을 가능하게 하는 실험이라 할 수 있다.

시선의 미학은 디지털 미디어의 침투가 더욱 증대되어 가는 현시대에 네트워크화된 가상현실 속에서 자신의 시선을 찾는 개인의 주체성에 관한 관점이다. 시선의 행위가 생산하는 주체적 행위, 정체성의 확인은 거침없이 발전하는 기술과 과학문명의 사회에서 예술만큼은 인간적 접촉을 잃지 않으려는 기본적인 자세이다.

 

2. 탈경계 연극의 특징과 의의

 

문화와 예술에서 탈경계의 현상은 전통적인 사고와 형식의 틀을 벗어난다. 탈경계 작업은 주로 미술 분야 작가들이 주도했다. 이러한 미술의 탈경계 작업은 다른 예술과 만나면서 공연의 성격을 갖게 된다. 또한 20세기 후반 감각적 요소의 활용을 극대화하는 연극은 가능한 최대한의 수단을 이용하고 융합하는 작업을 시도했다. 그 결과 전혀 새롭고 흥미로운 연극적 장르와 형식들이 나타났다. 이러한 복합적이고 융합적인 형식들의 채용으로 인해 장르와 형식 간의 경계가 모호해지기 시작했다.

공연이라 함은 시선의 교환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닫힌 대상이 아니며 시시각각의 행위에서의 움직임이며 또한 그 움직임은 관객의 시선을 통해 비로소 이미지가 된다. 전통적 연극 연구에서 간과했던 관객과 함께 만들어지는 이미지이다. , 관객이 자신의 주체적인 시선을 회복하도록 작용하는 것이다.

 

 

 

 

 

 

III. 결 론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는 <이미지의 배반>이라는 작품에서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고 썼다. 파이프를 재현한 그림 속의 파이프는 파이프가 맞지만, 파이프가 아닌 것이다. 아무리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실제의 파이프는 아닌 것임을 모순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사실주의 연극에서 우리는 현실을 만나기도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재현임을 잊은 적이 없다. 현대연극에서는 이러한 재현이 붕괴된다. 그러므로 현대연극에서 우리가 만나는 것은 재현된 파이프가 아닌 파이프의 색과 파이프의 소리와 질감을 체감하는 행위라 볼 수 있다. ‘이 정의하는 이미지로의 전환에서 후기 언어 시대, 후기 기호학의 시대는 이러한 이미지의 새로운 평가를 요구하고 있다.

이미지가 범람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미지는 이러한 대량 소비의 흐름 속에서 이미지의 성찰적 기능은 사라지고 일상을 압도하며 인간의 주체성을 상실하게 했다. 그래서 주체적 보기가 필요하다.

디지털 미디어 시대를 거치면서 재현과 실재의 연결이 이루어졌다. 재현에 얽매였던 예술이 현실 속으로 진입하면서 실재를 드러낸다. 변신을 거듭하는 미디어의 이미지이다. 그리고 새로운 미디어를 수용함과 동시에 보다 주체적으로 만나려는 전략을 발견한다. 그리고 우리는 모사가 아닌 시선의 문제로 접근하고자 한다.

 

   

참고자료

남상식 외, 「경계를 넘는 공연예술」, 태학사, 2017

방송통신대학 교재, 공연예술의 이해와 감상, 2018

나무위키, 위키백과, 인터넷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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