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1 소소한 경험담_길었던 여름 단편 離(리) 夏(하)/여름에게 해를 먹지 못한 날들이 많았지만 시간 만큼은 꼬박꼬박 먹었다. 덕분에 살이 피둥피둥 쪄서 단위당 면적은 늘어났다. 질량은 세월이 담아내지 못한 부분들로 채워내지만 한 여름 햇살 한 바구니가 뼈 무게보다도 견실함을 그는 알지 못했다. 바람은 비를 동반했다. 태풍이 지나간 자리마다 여름 자국이 새겨졌다. 기나긴 장마에 해를 본 날은 기억도 없다. 여기저기 곰팡이를 제거한다. 내게는 꽃물들인 종이 한 장 남았다. 아니아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록가시 보송하게 밤톨이 자란다. 가을이 짙어갈 즈음 고놈의 가시는 오히려 밤톨을 지켜주리라 그렇게 기도하리라 이번 여름은 눈 뜨니 장마로 시작해서 장마로 끝이 난다. 모든 여름이 그런건 아니어도 어떤 여름은 그렇다는 걸 인정해야 겠다. 그렇다고.. 2020. 8. 27.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