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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부터

회화주의 사진/예측이 빚어내는 다중노출 사진

by 꽃쉰 2020. 7. 8.

 



사진과 회화의 경계 이미 사라져




▎[사진 3] 벚꽃, 2016, 이성희

재미있는 것은 이 시기에 탄생한 사진의 특수효과는 실수로 얻어진 경우가 많습니다. 솔라리제이션은 촬영 도중에 카메라 뚜껑이 열리거나, 암실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필름이 빛에 노출돼 나타나는 현상에서 시작됐습니다. 또 ‘다중노출(multiple exposure)’은 필름을 잘못 끼우거나 카메라 결함으로 필름이 제대로 감기지 않은 데서 비롯됐습니다. 다중노출은 한 장의 필름에 여러 개의 이미지를 겹쳐 찍는 것을 뜻합니다. 환상적이고 회화적인 분위기의 사진을 얻을 수 있습니다. 영화의 ‘오버랩’과 비슷한 개념입니다. 솔라리제이션이나 다중노출 등 특수효과는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꾸준한 훈련과 경험이 있어야 사전 시각화가 가능합니다.

사진가 이성희는 풍경을 다중노출로 촬영해 몽환적인 분위기를 냅니다. [사진3]은 벚꽃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며 찍은 것입니다. 원을 그리듯 프레임을 바꿔가며 겹쳐 찍었습니다. 동그란 벚꽃이 알의 형상을 만듭니다. 원이 만들어내는 울림이 있습니다. 봄의 추상, 생명의 메타포입니다.

픽토리얼리즘은 사진 고유의 특성과 문법을 무시하고 회화를 흉내 낸다는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진과 회화의 경계가 사라진 시대입니다. 다양한 형식으로 작가의 내면을 표현하는 현대 예술에서 사진과 회화의 차이를 이야기하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회화주의 사진의 다양한 표현기법이 현대 예술의 탄생에 밑거름이 된 것은 분명합니다.

출처: 이코노미스트 145호 회화주의사진의 무한 상상력 주기중

위의 글은 주기중 작가의 사진, 그리고 거짓말에 삽입된 회화주의 사진에 대한 설명 중 일부입니다.

글에 삽입된 벚꽃은 2016년 우리 집 베란다에서 촬영된 다중노출 작품입니다.

2018년 그룹전 BEYOND를 시작으로 계속해서 전시되고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다중노출은 작가적 상상력을 혼합하기에 아주 좋은 테크닉에 속합니다.

몇몇 회원들은 배우고 싶어 했고 특별히 가르치지 않았으나 함께 다니면서 따라 찍는 형식으로 배우기도 했습니다.

다중노출로 촬영된 모든 작품이 작가의 내면을 표현했다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작가의 심적 변화와 내면을 표현하기에 매우 적절한 테크닉임에는 틀림없습니다.

2016, 해바라기

같은 픽토리얼리즘 형식의 작품입니다. 굉장히 회화적인 요소가 강하며 실제로 회화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강함보다는 부드러움이 좀 더 드러납니다.

작가의 내면보다는 피사체 자체가 가진 아름다움이 더 잘 드러납니다.

위의 작품은 다중노출이 아닌 저속 촬영된 결과물입니다.

이처럼 회화적 작품이라 해도 다중노출은 작가의 임의의 의미가 좀 더 강하게 드러나므로 사진으로서는 조금 더 시적 의미를 부여하기가 좋습니다.

벚꽃 작품은 파라다이스 시리즈의 오아시스라는 이름을 가진 작품입니다.

이는 드러나지 않는 주변의 어둡거나 러프한 환경을 뚫고 나오는 꽃의 강인함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봄꽃은 겨울을 뚫고 나온 꽃입니다.

처절한 환경 속에서 오히려 가냘프기 짝이없는 연한 꽃잎으로 피어납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봄을 일으킵니다.

거대한 폭풍 같은 계절의 변화입니다.

봄은 겨울을 뚫고 태어나는 시간입니다.

봄을 봄으로 맞이 하게 하는 꽃, 그것이 진정한 혁명입니다. 희망입니다.

우리는 간절하고 어여쁜 '알'을 품었습니다.

깨지고 부서지는 것을 두려워 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직 그것만이 꽃을 피우는 방법이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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