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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부터

마음이 찌뿌둥 할 때

by 꽃쉰 2020. 6. 30.

사실 날씨가 크게 영향을 주는 건 아니다
글루미 한 날에는 잠이 심하게 쏟아 지기도 하지만 그것 때문에 내 상처가 도드라지는 건 아니다.
마음이 그렇게 찌뿌둥한 날은 오히려 너무 좋은 날씨 때문일 때가 많다. 그래서 오히려 눈물이 나기도 한다.
개그 프로그램을 보다가 오히려 짠해져서 슬퍼지기도 하고 영화관에서 모든 눈물 씬을 참아 내다가도 해피엔딩에서 괜히 쭈루룩 콧물을 흘리기도 한다.

내 삶이 너무 무거운데도 나는 짜증도 히스테리도 없고 우울해 하거나 불면의 밤을 지새우는 일도 없다.
남들은 그 무게의 십분의 일만 되어도 인생이 다 망가진 듯 악악 거리거나 뭔가 인생의 전환기를 맞을 준비를 하기도 하지만 나는 천하태평인냥 잠만 잘 잔다
나는 잠이 좋다. 꿈 속에서는 온 세상이 하얘서 눈을 맞으며 쏘다니기도 하고 너무 얌전한 아들이 피어싱을 하고 나타나서 나를 깜짝 놀래키기도 한다. 남들은 갱년기라 불면증을 호소하지만 나는 하루종일 너무 졸려서 탈이다.
잠자는 숲 속의 아즘마가 되는 중인가도 싶다.

공교히 찾아 오는 무기력과 싸우느라 매일 숙제를 정한다.
그리고 밥도 챙겨먹고 드라마를 보면서 자전거페달을 열씸~ 밟는다.

고민은 아무것도 만족시키지 못한다.
고의로 충돌한 아픔은 없다. 그럼에도 그 모든 책임을 안고 아껴주며 사는 건 정말 웃기는 일이니까.
염치없게도 누군가에게 뻔뻔한 단어들을 들이대는 일에 불편이 없는 사람들도 살아가는데 그들의 방법이 전혀 부럽지 않다. 그들의 좀 더 안락함도 그들의 좀 더 큰 세상도 그리 탐스럽지가 않다.
어짜피 내 키가 작은 만큼 나의 하늘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더 큰 하늘일 뿐이므로.

마음이 찌뿌둥 할 때 가장 아쉬운 일은 없던 난독증이 도지는 일이다. 그래서 짧은 문장이 좋다.
주어와 동사로만 이루어진 글들....
딸기는 못먹는다.
순간이 주는 감동은 빨간 색이다.
먹고 소화시키는 일 까지는 못되어도
눈으로 먹고 뇌로 느끼는 거 까지만

마음이 찌뿌둥 할 때는
간결한 모드가 필요를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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