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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부터

OASIS sereies of PARADISE

by 꽃쉰 2020. 8. 15.

메리골드

다중노출은 노출을 여러번 주는 방법으로 촬영하는 기법이다. 오래 전 다중노출은 작가의 실수에 의해 나타난 기법이었으리라 유추한다.
나는 17세 쯤에는 필름카메라를 사용했었다. 그러다 어느 날엔가 필름이 헛돌았는지 한 컷의 필름에 두 번의 노출로 인해 앞에 컷과 뒤에 컷이 겹쳐 있는 것을 발견한 적이 있다.
그 후로 다중노출을 시도하는 날이 많았었다. 그러나 그때는 노출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지라 찍는 족족 노출과다로 필름을 몽땅 태워버리기 일쑤였다. 하나 터득한 게 있다면 필름을 감을 때 헛 돌게 하는 방법 정도였다. 그 때는 미놀타를 갖고 있었기에 다중노출이 그리 녹록치가 않았다.

Green Foxtail

 

 

지금도 필름카메라를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은 미놀타 대신 니콘 FM2를 사용 중이다. 이유는 하나다. 니콘 FM2는 필름 와인더 옆에 작은 레버가 있고 그 레버를 당긴 상태로 필름와인더를 돌리면 필름이 감기지 않는 상태로 헛돌리 때문에 다중노출 촬영이 간편하다. 그러나 다른 카메라들은 아래 누름쇠를 누른 상태에서 왼쪽 손으로 필름장치를 걸고 오른 손으로는 셔터를 눌러야 하는 등 대부분 작동하기가 까다롭고 불편하기 짝이 없다.

동백

그러나 이제는 모두 DSLR을 사용하는 시대가 되었고 DSLR은 단지 메뉴얼에서 세팅만 하면 간단히 촬영할 수가 있다. 게다가 기능적인 면도 업그레이드 된 상태라 캐논같은 경우는 감도조절이 자동으로 어느 정도 가능한 면도 있고 하이와 로~ 색조를 선택하는 기능도 있어 카메라 내에서 어느 정도의 원하는 노출과 색조를 얻어내는 데 꽤 큰 편리함을 제공하고 있다.

벚꽃

 

나는 니콘 DF를 사용중이다. 니콘DF는 오토매틱 기능을 많이 제거하고 사진 자체의 기능에 집중한 카메라인지라 다중노출의 노출관련 기능도 거의 필름을 사용할 때의 느낌과 흡사하다.
벚꽃은 2016년 작품이다. 이 때 촬영에서 가장 염두에 둔 것은 원형이었다. 다중이라는 개념을 적용시킬 때 정점은 원을 표현하는 것이라 결론 내리면서 어떻게 하면 원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까 였다.
당시에는 아파트 1층 정원에 벚꽃이 아름답게 피었다. 지금은 가지치기로 인해 그 때의 모습이 사라져 버린 상태다. 자연의 모든 시원의 형태인 알을 닮았다. 나는 그 알이 가진 생명력을 표현 하고자 했다. 그것은 신이 창조한 최초의 물질의 알갱이가 아니었을까. 땅이 알이고 우주가 알이다.
알은 모든 개념의 '시드'를 포함하고 있다.
그리고 벚꽃은 봄이었다. 겨울을 뚫고 태어나는 '알', 봄은 터지고 깨지고 부서질 때 터져나오는 생명이며, 희망이며, 혁명이며 이데올로기다.

GreenFlower

그린 플라워는 배추 한 포기다. 나는 배추를 푸른 잎을 가진 꽃으로 보았다. 땅을 뚫고 피어난 초록의 거대한 생명이며 조촐한 꽃잎이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피어 날 또 하나의 씨앗이다. 배추는 땅을 떠나 새로운 삶을 거치게 된다. 숨을 죽이고 넉넉하게 붉은 색의 화장을 하면서부터는 다른 이름으로 불리운다. 그러나 나는 새로운 이름 대신 원래의 이름을 보기를 원했다. 땅에서 초록으로 피어난 꽃,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을 수도 있으나 땅에서 곧바로 피어난 꽃! 그녀를 추억하기로 했다.

내가 이렇게나 슬픈 생명력에 오아시스라 이름하고 파라다이스를 주제로 놓은 이유는 모든 존재의 시원은 카오스에서 비롯되는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모든 존재의 탄생은 거대한 깨어짐, 균열,틈으로부터 분출되며 그렇다면 우리는 깨어짐이나 분열, 부서지는 사건에 대해 두려워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그것은 단지 또 다른 꿈을 꾸게 하는 일임을 깨닫게 할 뿐이지 않은가.
나의 파라다이스는 하나의 알들이 모여서 거대한 알이 되기도 하며 분열의 과정이 반복되면서 하나의 이미지를 생성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 일이 낙원을 이루는 이유는 그 모든 것이 존재가 가진 자신의 또 다른 정체성을 이어가는 생명을 키워가는 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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